최근 들어 대마 관련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수많은 스타들이 대마를 흡입해 구치소에 들어갔고, 자원 탐사 위성을 통해 대마 재배지역이 대거 발견되었다. 대마라는 단어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각종 대마씨유처럼 사실 우리는 대마와 마주칠 기회가 아주 많다. ‘카나비스 오일cannabis oil’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해 보면 수많은 선택지들이 모니터를 가득 메울 것이다. 그렇다! 그게 바로 대마씨(햄프씨드)다. 단지 호칭이 다를 뿐이다. 소개하기 전에 반드시 직접 먹어본다는 먹보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실제로 햄프씨드 오일 한 병을 구매해 보았다.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작은 컵에 진녹색 기름을 한잔 따라 단번에 들이켰다. 특별히 희열감이 느껴지지는 않고 볶은 참깨를 먹은 비슷한 맛이었다. 이어서 진한 느끼함이 입속에 가득 퍼졌다. 확실히 콩기름, 땅콩기름, 유채 기름과 같은 질감이었다. 근데 왜 사람들은 대마를 그렇게 신비하게 여길까? 대마유는 왜 꼭 카나비스 오일이라는 이름을 내걸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대마와 인류의 갈등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중국은 기원전 4천 년에 이미 대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긴장할 것 없다. 대마를 마약으로 사용한 게 아니라 옷으로 입었으니까 말이다. 대마의 장상엽掌狀葉(여러 갈래로 깊이 갈라져서 손바닥처럼 생긴 잎)은 바람을 막거나 보온 기능이 없다. 의류소재로 쓴 건 잎이 아니라 대마의 줄기다. 이 삼과科, 대마속屬 식물은 섬유가 굉장히 발달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마를 옷으로 입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대마 섬유의 용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쓰는 실끈, 선박용 돛도 대마의 줄기를 벗겨 만들 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은허殷墟 유적에서 대마 종자를 발굴하고, 반파半坡 유적에서 대마로 만든 밧줄의 흔적을 발견했다. 중국 고서인 『의례儀禮』에 보면 “저질苴绖은 마麻로 만든 허리띠다.”, “모마牡麻는 열매는 맺지 않는 마麻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서 ‘저苴’와 ‘시枲’는 사실 대마를 뜻한다.
요즘도 대마 섬유는 항해, 제지, 포장마대, 어망 제작 등 다양한 방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2001년에 중국은 전국 대마 생산량이 2만 톤을 넘어섰다. 그런데 왜 우리는 대마라는 말만 나오면 사악한 식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대마유가 고급 식용유라는 신분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햄프씨드’라는 명의를 빌려야 한다. 왜 꼭 대마라는 두 글자를 피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마약이라는 대마의 또 다른 신분 때문이다.
대마는 헤로인, 코카인과 함께 세계 3대 마약에 속한다. 그런데 어떻게 대마를 재배해서 섬유를 추출하고 유료油料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모든 대마에 다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마는 루더랄리스Cannabis ruderalis와 인디카Cannabis indica, 두 아종subspecies으로 나뉜다. 후자만 마약의 원료가 될 수 있는데, 이중 가장 핵심은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이라고 불리는 성분이다. 일반적으로 건대마 100그램 당 THC함량이 0.3%보다 높으면 마약으로 간주한다. THC는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 물질로, 두려움은 사라지고 편안한 즐거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장기간 고단위 대마를 피우면, ‘금단 증세’를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할 점은, 문제의 핵심이 대마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인체 위해성이 아니라 대마를 다량 흡입하면 희열감이 점차 줄어든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흡입자들은 효력이 더 강한 마약을 시도하게 되고 그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마약 중독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대마는 유인성이 높은 마약으로 인식된다. 중국 옛말에 “악이 작다고 해서 그걸 행해도 된다고 여기지 말라[勿以惡小而爲之]”고 했는데, 대마 흡입과도 딱 떨어지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1930년대 중반에 대마 재배가 금지되기도 했었다. 우리는 이런 단순한 흑백 논리에 익숙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대마도 잘못된 길로 들어선 아종 하나 때문에 전체 대마 가족의 명성에 흠집이 생기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사실 결백한 대마들도 아주 많다.
이제 햄프씨드 오일이 지닌 영양적 가치에 대해 살펴보자. 햄프씨드 오일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햄프씨드 오일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콩기름이나 유채기름 등에 함유된 유산油酸 등 불포화지방산 함량도 70% 이상에 달한다. 이 밖에도 우리가 자주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정상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면서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해진다는 것인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다. 불포화지방산으로 기존 음식에 들어 있는 지방, 특히 포화지방산을 대체하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정확한 방법이다. 간단히 말해서 매일 햄프씨드 오일을 한 잔씩 마시는 건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전체 지방 섭취량만 증가시킨다. 물론 성분 이외에도 기름의 풍미 역시 요리의 맛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햄프씨드 오일에서 어떤 근사한 풍미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섞은 콩기름 같은 맛이 났을 뿐이다. 요리의 맛을 추구한다면 땅콩기름과 참기름을 쓰는 게 더 낫다. 대마유는 새로운 맛을 보는 셈 치고 말아야지 그것이 어떤 특별한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대마의 체내 THC 합성 경로 및 관련 유전자에 대한 과학 연구원들의 이해가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이제는 THC가 들어 있지 않은 대마 품종을 재배하는 게 가능하다. 재배가 쉬운 대마의 특성도 인류에게 다양한 섬유 선택지를 제공해주었다. 의류에서 마약을 거쳐 다시 의류로 돌아오는 이런 순환은, 인류의 자연 인식 과정을 보여주는 훌륭한 표본이다. 세상 만물이 모두 이러하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다. 모든 선악은 인류의 행위로 결정된다.
『식물학자의 식탁』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모든 식물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밭에서 막 캐낸 듯 싱싱하고도 푸릇한, 과즙이 뚝뚝 흘러내리는 듯 풍성하고도 향기로운, 센 불로 볶아낸 듯 군침 도는 식물의 이야기들이 인류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모든 식물은 저마다 제 가치를 발휘하며 인류에게 공헌을 한다. 우리는 다만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손에 있는 선택권을 잘 선용하여, 지혜롭게 먹고, 삶을 더 사랑하면 된다.
이 책은 삶을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매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차려진 식탁이다. 식물과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이 식탁은 당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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